수도권 집중호우와 4대강 반대의 명분

관련근거

대개 특정 정권에 대해 비난 또는 질책을 서슴치 않는 부류에 대한 비판 논리로 ‘그럼 지금 비판받는 정책을 시행하지 않았던 ㅇㅇ정권 때에는 도대체 뭐가 잘났길래 지금의 현실을 극복할 대안을 내놓지 못했느냐’ 는 스탠스가 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현재 대세로서 굳어지는 ‘공공의 적’ 과 같은 정책기조는 그저 정권 비판을 위한 그들만의 명분으로서 격하되며 자연히 비판자들의 인식적 한계까지도 친절하게 지적되는 것이 매우 특이하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런 류의 인터넷에서 흔하게 떠도는 메시지는 정권에 비판적인 계층의 ‘대안을 창출하거나 직접 시행하지 못하는’ 능력 부족을 재확인시켜 주기 때문에 그들은 물론 제 3자에게도 필요하다. 마치 악마의 변호인과도 같은 필요악적인 존재라고나 할까.

일단 예시를 들어가면서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며칠 전, 수도 서울을 중심으로 9월 하순에 내리는 비 치고는 엄청나게 많은 비가 내려서 서울 전역의 거의 침수되다시피 했으며 특히 시내 중심부인 광화문이나 상대적으로 수해 피해가 적었던 내륙 지역에서도 빗물이 제때 빠지지 않고 오히려 하수가 역류하여 대부분의 저지대가 물에 잠겨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여름의 장마철이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만, 9월 하순에 장마가 올 리도 만무하고 (기상이변인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뭐 이로 인하여 각하는 녹생성장의 중요성을 역설할 중요한 키워드를 얻었다!) 아무도 이렇게까지 비가 많이 내릴 줄은 몰랐기 때문에 (대부분 수난재해 방지 대책은 여름철에 세워지지 않던가?) 많은 사람들이 놀랐을 것이며, 한편으로는 그렇게 믿었던 서울 중심부마저 물난리가 날 정도면 도대체 서울시의 수해방지 대책이 얼마나 부실했는가에 대한 비판 또한 거세질 것이라 상상할 수 있다. 글쎄다, 근데 서울시가 그렇게까지 인프라/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부실했을까나? 내가 알기론 (일단 자세한 건 조사를 해 보면 알겠지만) 서울 중심을 관통하는 한강 곳곳에 빗물펌프장이 여러 곳 개설되어 있었지만, 기상관측 사상 가장 많은 비였기 때문에 이미 가용 용량을 초과하였으며 거의 매년 수해가 연례행사다시피 했던 강서/영등포/양천/마포구 인접 지역은 요태까쥐 구래와꼬 아페로도 꼐솕 이럴것만 가태 틀렸어 이제 꿈도 희망도 없 OTL 어김없이 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럼 대충 예의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온다. “한쿡 수도권에서 이런 계절이 이 정도 비가 내리는 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아무도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 이다. 요는, 장마철에 꾸준하게 비가 계속 내리는 건 어느정도 제어가 가능하나 시간당 200ml 이상의 기습폭우는 거의 내릴 일이 없지만, 금년의 이례적인 폭우가 마침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라는 것. 재반박해보자. “아무리 그래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서 수해에 대한 방지 시설을 증설하지 않은 것은 너무 무책임한 태도에 능력 부족이 아닌가요?” 지당한 말이다. 지금 정권이 아니라 전 정권, 전전 정권에서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면 자연히 사람들은 그들의 능력 부족을 꼽았을테고 정권에 친화적이지 않은 계층은 이런 표현을 썼을테다.  “대추리에 미군기지 이전할 돈으로 방재시설이나 증설하라!” “햇볕정책으로 북한에 구호물자 퍼줄 돈 있으면 방재시설이나 증설하라!” (DJ 시절 전국적인 토공사업이나 개발사업에 뭘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혹시 당시 대대적으로 욕 먹었던 정책 있었으면 제보 바란다. 위의 예시표현 수정할 용의 있음. 내가 알기론 DJ는 전국에 인터넷 전용회선을 보급시키고 싶었던 것으로 아는데 이게 ‘국토개발’에 해당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Roh를 비판할때의 단골 메뉴인 새만금은 기본계획이 朴에 기획되어서 盧를 거쳐 YS때 방조제를 쌓고 DJ와 Roh까지 이어지는 레전드급 개발이니 뭐..) 그리고 저런 선동질의 선봉에 내가 나섰겠지. 왜? 일단 난 그냥 정부의 행태에 대해 그저 한없이 비판을 가하고 싶을 뿐이거든. 비단 4대강 사업이 아니더라도 대대적으로 예산낭비를 하고 있으며 국민의 지지를 못 받는 사업이 있다면 저기다가 그냥 ‘복사-붙여넣기’ 하면 되는 아주 손쉬운 작업이 된단 말이다.

“ㅁㅁㅁ 할 돈 있으면 그 돈으로 방재시설이나 확충하라!”

문제 : 현 정권이 4대강 사업’은’ 완전 포기했다고 가정할 때 위 ㅁㅁㅁ에 들어갈 단어로 적절한 것은?

  1. 녹색성장
  2. 공정사회 확충
  3. G20 회의
  4. 한-미 정상회담
  5. 서민활동 체험

위의 다섯가지 보기 모두 소위 ‘진보세력’ 에서 가열차게 까고 있는 소재라고 할 수 있는데, 어차피 까고 싶으면 저것 중 아무거나 넣어서 까도 된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대강을 콕 찝은 이유는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현 정권에서 ‘치수사업’ 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을 했는데, 정작 그 기본적인 기능인 ‘치수’ 가, 그것도 수도 서울에서 제대로 안 되었기 때문. 그럼 여기서 하나 더 짚어보자.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집단은 주로 어디를 취재하던가? 문득 본능적으로 MBC PD수첩에서 취재했던 ‘낙동강’이 떠오르지 않나? 엄밀히 말해서 ‘한강’도 4대강 사업 대상이나, 인천-서울-하남-양평-춘천 쪽 북한강이 아닌 남한강쪽이기 때문에 그렇게 마음에 와 닿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盧사마가 대선공약에 내세웠던 경인운하를 잊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그럼 인천-경기-서울 주민들은 “아라뱃길(경인운하) 할 돈 있으면 그 돈으로 방재시설이나 확충하라!” 라고 주장해야 좀 더 타당할…리가 있나.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건 알아도 경인운하는 거의 듣보잡급으로 묻히고 있는데.

그럼, 좀 더 미시적으로 좁혀볼까? 홍수크리 터졌던 서울시로 집중해 봤을 때 “서울시에서 지금 대대적으로 예산 집행하는 사업 중 가장 삽질하고 있는 사업이 뭐~게~?” 라고 나이브하게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뭐, 워낙에 후니사마가 벌려둔 게 한 두개가 아니라서 뭔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마음에 와 닿는 건 시청광장에 잔디장판 깔아둔거랑 (이걸로 그는 ‘오잔디’라는 별명타이틀을 획득했다) 해치 스티거 붙인 거랑 ‘서울이 좋아염 ㅋㅋㅋ’ 하면서 도시 곳곳에 손발오글거리는 빅브라더식 프로파간다 포스터 붙인 것 , 듸쟈인페어 한답시고 이상한 검은색 마크 만든 거, 동대문운동장 헐어서 듸쟈인파크만들고 그 옆의 전철역 외우기도 힘들 정도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이라고 바꿔놓은것, 서울남산체로 CI통일하고 택시도 버스(버스 떡칠도색은 MB가카의 서울시 메이어 시절 이룩한 업적 : 굳이 시장이라고 안 쓰고 메이어라고 쓴 이유는 그분의 잉글리쉬-ㅍ흐뤤들리한 정책에 부응하고자) 에 이어 황토색으로 떡칠도색 시작한 것, 광화문광장에서 스노우보드 누가누가 잘타나 대회 연 것.. .. 이런거? 그럼 이렇게 수정해 보자. “서울시는 디자인개선같은 외향적 전시행정에 돈 축내지 말고 방재시설이나 제대로 갖춰라?” 어머? 이거 나름 설득력 있다? ‘정권’ (regime) 전체를 싸잡아 안 깠으니 욕 먹을 이유도 없고 (서울시장의 소속 정당은 여기서 부차적인 요소이며 비판이 지자체로 한정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게’ 비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까고 싶은 사람들은 이제 정권까지 결부시켜서 정권과 결탁해서 그렇답네, 역시 야당 뽑았더니 능력미달입네 하며 깔 수 있다) , 시민의 욕구도 반영하고, 일석이조에 해피엔딩이네? 경사로세~ 경사로세~

그런데…

“부천시는요?” (근혜공주님 톤으로)

……글쎄다. 부천시도 이번에 피해가 많았는데, 부천시가 뭐 예산 대폭 깎였던 명분이 있었던가.. 7호선 연장? 영화제? 만화거리 조성? 뉴타운?

PS : 이 사진은 각자 알아서 판단하자.  일단 난 처음 보고 확 열이 뻗치진 않았고 저 영상 전체를 본 것이 아니라 어느 맥락에서 저런 발언이 나왔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코멘트 보류. 그러나 뜬금없이 그런 말이 나왔다면.. 글쎄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다. 그러니 지금은 다시 집을 치우고 복구하는데 집중하자’ 라는 의미로 말 한 것 같은데.. 뭐랄까, 워낙에 프랑스 모더니즘을 능가하는 상징주의를 현란하게 구사하시는 분이라.. (먼산)